간혹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아니냐 하는 비난 섞인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오디오 기기를 평가하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자의 버릇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오디오 시스템과 음향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의 음향과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오디오 기기이기 때문이다.
시청 작업을 시작하고 대략 5분에서 10분 정도 지나고 나면, 현재 필자가 시청하고 있는 기기가 추구하는 음향 스타일과 기본 능력을 파악할 수 있지만,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 기기가 보여 주는 강점과 약점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정밀한 세팅 및 튜닝 작업을 거치면서 얻는 정보처럼 오디오 기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다면평가 작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디오 취미의 본질이 실전과 응용이라면,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스템과 시청 환경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음향을 필자 자신의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 오디오 기기의 진면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소신 때문에, 답답하다는 주변의 핀잔을 감수하면서 평가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앤아날로그(이하 D&A)의 모노블록 파워 앰프인 캘릭스 500에 대한 시청 리포트에서 난데없이 오디오 평론가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필자가 캘릭스 500에 대하여 조심스러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이파이클럽의 시청 의뢰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공식 시청한 바 있고, 기본 능력과 성향까지 충분히 파악하고 있지만, 캘릭스 500의 진면목을 완전히 확인했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꽃받침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캘릭스 500에 대하여 본격 거론하기 전에 1999년 설립된 우리나라의 디지털 앰프 전문회사인 디지털앤아날로그(이하 D&A)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D&A는 국내 회사로서는 보기 드물게 디지털 앰프의 원천 기술과 여러 특허 기술을 이용하여 완전 디지털 증폭방식 반도체와 클래식 D 방식의 반도체들을 개발하여 여러 오디오업체에 제공하고, 이와 관련된 기술들을 오디오업체와 반도체업체에 제공하고 있는 회사이다.
그렇다면 최근 본격 하이엔드 오디오를 지향하면서 D&A에서 야심차게 내 놓은 캘릭스 500은 어떤 기기인가? 현재 필자가 기고하고 있는 오디오 전문지인 "What Hi Fi?" 한국판 2008년 7월호에 기고한 시청 리포트에서 필자는 캘릭스 500 파워 앰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 바 있다.
캘릭스 500은 크기와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캘릭무게에서부터 디지털 앰프 전문회사의 제품다운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크기가 22.4× 29.5 × 6.6 센티미터, 그리고 무게가 4.37 킬로그램 밖에 되지 않는 이 앰프는 언뜻 네임오디오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인 나이트나 제프 롤랜드의 201 모노 파워 앰프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캘릭스 500 이 이끌어 내는 출력은 500 와트 (4 옴 ) 이다. 이처럼 앙증맞은 외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큰 출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이 앰프가 B&O 의 ASP500 ICE 파워 모듈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앰프에서 한 가지 흥미를 끄는 것은 디지털 앰프를 위한 반도체를 전문으로 설계 ․ 생산 ․ 판매하는 회사가 B&O 의 모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D&A 의 기술력은 삼성과 대우 같은 대량 생산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만,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만부득이하게 하이엔드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B&O 의 모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차후에 출시될 프리미엄급 제품에서는 D&A 의 기술을 채용한 앰프를 내 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B&O의 ICE 파워 모듈을 사용하고 있지만, 캘릭스 500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D&A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인 대목은 디지털 앰프의 약점으로 흔히 지적하는 저음역의 구동력이었다고 한다. 이를 위하여 D&A에서는 모듈 그 자체보다는 모듈 외적인 부분에서 개선을 시도하여 저음역의 구동력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파이어와의 조합에서 캘릭스 500은 어떠한 음향을 이끌어 냈는가? 여기서 다시 한 번 "What Hi Fi?" 에 필자가 기고한 시청 리포트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호블랜드의 HP-100 ․ 캘릭스 500 세트에서는 음향 무대의 규모가 한층 더 커지고, 발성 또한 한층 적극성을 띄며, 다이내믹 또한 폭이 한층 넓어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과정에서 음향의 밀도가 다소 떨어지고, 투명도와 예리함이 다소 부족해지며, 템포의 긴박함도 다소 이완되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이 조합에서 필자는 사파이어에서 이처럼 시원스러운 발성과 다이내믹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면모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 1 번과 파울 힐러가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실내합창단을 지휘한 라흐마니노프의 "저녁 기도" 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녹음에서 살아나야 할 저음역의 풍성한 음색을 자연스러운 필치로 연출하는 모습이 캘릭스 500 조합에서 손에 잡힐 듯한 표정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이파이클럽의 의뢰로 이루어진 이번 시청에서 캘릭스 500은 어떤 음향을 들려주었는가? 익스포저의 2010S CD 플레이어 린의 사라 스피커, 그리고 최근 KTS 오디오 공방에서 카네다 앰프를 개량하여 내 놓은 DC 프리앰프인 에어 등으로 구성된 필자의 레퍼런스 시스템에서 캘릭스 500 은 사파이어 스피커와의 조합에서 필자가 이미 확인한 바 있는 ‘좌우 폭이 넓은 장대한 스케일, 강력한 파괴력을 이끌어 내는 다이내믹 레인지, 정상까지 단숨에 도달하는 시원스러운 고음역, 풍부한 저음역 등을 별로 힘 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발성 속에 용해하는 음향'을 큰 차이 없이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0S ․ 에어 ․ 캘릭스 500 ․ 사라 조합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캘릭스 500 에서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대목은 바로 뛰어난 구동력이었다. 사파이어에서도 이미 확인한 바 있지만, 이번 시청에서 캘릭스 500 은 구동하기 쉽지 않은 스피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피커인 린의 사라에서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음향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도대체 무엇 하나 거칠 것 없는 적극적인 발성으로 사라를 구동하는 모습은 캘릭스 500 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게르하르트 오피츠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2번(핸슬러) 파울 힐리에르가 지휘하는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실내 합창단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저녁기도" (아르모니아 문디)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치메르만이 협연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 1 번 (DG) 등의 녹음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관점과 취향에 따라서는 선율선과 다이내믹 표현에 실려야 할 절도가 다소 부족하고, 심도 표현과 음색의 깊이 또한 다소 얕다는 세부 비판이 나올 수도 있지만, 린의 사라를 자유자재로 구동한다는 것은 캘릭스 500의 장점일지언정 단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이번 시청에서 캘릭스 500은 ICE 파워 모듈을 채용한 앰프 특유의 발 빠른 순발력을 적극적인 발성 속에 용해하면서, 음악의 표정을 시원스럽고 깔끔하게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KTS 오디오 공방의 에어 조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애매함이나 모호함과는 거리가 먼, 명료한 표정의 음악을 이끌어 내는 밝은 음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면모는 피에르 앙타이가 하프시코츠로 연주하는 쿠프랭의 클라브생곡집(미라레) 라두 루푸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 21 번 ( 데카 ) 등의 녹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캘릭스 500은 앙타이의 연주에서 살아나야 할 하프시코드 특유의 밝고 투명한 공간감, 그리고 루푸의 모차르트 해석에서 살아나야 할 현악 섹션의 화사한 음색과 추진력이 뛰어난 선율선 등을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모습을 이번 시청에서 보여 주었다. 한 마디로 폭 넓은 스케일에 비하면 중량감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음악의 흐름을 사뿐하게 표현할 줄 아는 미덕을 캘릭스 500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D&A의 가장 큰 장점과 매력이 분명하게 떠오른다. 비슷한 가격대의 앰프들이 따라올 수 없는 바로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이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이처럼 저렴한 가격대, 그리고 이처럼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강력한 구동력과 출력, 그리고 명쾌한 음향 조형 능력 등을 갖춘 파워 앰프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앰프의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음향 몸체가 좀 더 견고했으면 하는 바람을 제기할 수도 있고, 음향 윤곽 또한 좀 더 예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할 법하며, 선율선의 흐름 또한 좀 더 명쾌했으면 좋겠다는 애호가가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200만원대의 캘릭스 500에게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이러한 아쉬움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앰프의 가격대와 등급을 한 단계 정도 끌어 올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각을 달리하여 보면, 음향에 대한 절제력이 뛰어난 프리앰프를 가지고 캘릭스 500을 구동하는 것이 한층 더 현실성 있고, 실효성 또한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번 시청에서 필자는 카네다의 DC 프리앰프를 가지고 캘릭스 500을 구동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캘릭스 500 특유의 밝은 색조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표현력에 선율선과 다이내믹의 깔끔한 통합을 이끌어 내는 카네다 앰프 특유의 정묘한 음향을 자연스럽게 용해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제 결론을 내리면, 캘릭스 50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매력은 동급의 파워 앰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뛰어난 구동력과 강력한 다이내믹을 적극적으로 통합해 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캘릭스 500은 어떤 애호가를 위한 앰프라고 해야 할까? 음향을 지나치게 강박하는 시스템에 시원스러운 발성과 여유 있는 구동력을 가미하고자 하는 애호가, 그리고 음악의 내성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투사하는 음향을 원하는 애호가, 그리고 기민한 순발력과 강력한 폭발력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 해맑은 음향을 원하는 애호가를 위한 파워 앰프가 바로 캘릭스 500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박성수

간혹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아니냐 하는 비난 섞인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오디오 기기를 평가하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자의 버릇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오디오 시스템과 음향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의 음향과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오디오 기기이기 때문이다.
시청 작업을 시작하고 대략 5분에서 10분 정도 지나고 나면, 현재 필자가 시청하고 있는 기기가 추구하는 음향 스타일과 기본 능력을 파악할 수 있지만,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 기기가 보여 주는 강점과 약점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정밀한 세팅 및 튜닝 작업을 거치면서 얻는 정보처럼 오디오 기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다면평가 작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디오 취미의 본질이 실전과 응용이라면,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스템과 시청 환경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음향을 필자 자신의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 오디오 기기의 진면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소신 때문에, 답답하다는 주변의 핀잔을 감수하면서 평가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앤아날로그(이하 D&A)의 모노블록 파워 앰프인 캘릭스 500에 대한 시청 리포트에서 난데없이 오디오 평론가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필자가 캘릭스 500에 대하여 조심스러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이파이클럽의 시청 의뢰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공식 시청한 바 있고, 기본 능력과 성향까지 충분히 파악하고 있지만, 캘릭스 500의 진면목을 완전히 확인했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꽃받침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캘릭스 500에 대하여 본격 거론하기 전에 1999년 설립된 우리나라의 디지털 앰프 전문회사인 디지털앤아날로그(이하 D&A)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D&A는 국내 회사로서는 보기 드물게 디지털 앰프의 원천 기술과 여러 특허 기술을 이용하여 완전 디지털 증폭방식 반도체와 클래식 D 방식의 반도체들을 개발하여 여러 오디오업체에 제공하고, 이와 관련된 기술들을 오디오업체와 반도체업체에 제공하고 있는 회사이다.
그렇다면 최근 본격 하이엔드 오디오를 지향하면서 D&A에서 야심차게 내 놓은 캘릭스 500은 어떤 기기인가? 현재 필자가 기고하고 있는 오디오 전문지인 "What Hi Fi?" 한국판 2008년 7월호에 기고한 시청 리포트에서 필자는 캘릭스 500 파워 앰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 바 있다.
캘릭스 500은 크기와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캘릭무게에서부터 디지털 앰프 전문회사의 제품다운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크기가 22.4× 29.5 × 6.6 센티미터, 그리고 무게가 4.37 킬로그램 밖에 되지 않는 이 앰프는 언뜻 네임오디오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인 나이트나 제프 롤랜드의 201 모노 파워 앰프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캘릭스 500 이 이끌어 내는 출력은 500 와트 (4 옴 ) 이다. 이처럼 앙증맞은 외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큰 출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이 앰프가 B&O 의 ASP500 ICE 파워 모듈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앰프에서 한 가지 흥미를 끄는 것은 디지털 앰프를 위한 반도체를 전문으로 설계 ․ 생산 ․ 판매하는 회사가 B&O 의 모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D&A 의 기술력은 삼성과 대우 같은 대량 생산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만,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만부득이하게 하이엔드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B&O 의 모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차후에 출시될 프리미엄급 제품에서는 D&A 의 기술을 채용한 앰프를 내 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B&O의 ICE 파워 모듈을 사용하고 있지만, 캘릭스 500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D&A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인 대목은 디지털 앰프의 약점으로 흔히 지적하는 저음역의 구동력이었다고 한다. 이를 위하여 D&A에서는 모듈 그 자체보다는 모듈 외적인 부분에서 개선을 시도하여 저음역의 구동력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파이어와의 조합에서 캘릭스 500은 어떠한 음향을 이끌어 냈는가? 여기서 다시 한 번 "What Hi Fi?" 에 필자가 기고한 시청 리포트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호블랜드의 HP-100 ․ 캘릭스 500 세트에서는 음향 무대의 규모가 한층 더 커지고, 발성 또한 한층 적극성을 띄며, 다이내믹 또한 폭이 한층 넓어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과정에서 음향의 밀도가 다소 떨어지고, 투명도와 예리함이 다소 부족해지며, 템포의 긴박함도 다소 이완되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이 조합에서 필자는 사파이어에서 이처럼 시원스러운 발성과 다이내믹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면모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 1 번과 파울 힐러가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실내합창단을 지휘한 라흐마니노프의 "저녁 기도" 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녹음에서 살아나야 할 저음역의 풍성한 음색을 자연스러운 필치로 연출하는 모습이 캘릭스 500 조합에서 손에 잡힐 듯한 표정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이파이클럽의 의뢰로 이루어진 이번 시청에서 캘릭스 500은 어떤 음향을 들려주었는가? 익스포저의 2010S CD 플레이어 린의 사라 스피커, 그리고 최근 KTS 오디오 공방에서 카네다 앰프를 개량하여 내 놓은 DC 프리앰프인 에어 등으로 구성된 필자의 레퍼런스 시스템에서 캘릭스 500 은 사파이어 스피커와의 조합에서 필자가 이미 확인한 바 있는 ‘좌우 폭이 넓은 장대한 스케일, 강력한 파괴력을 이끌어 내는 다이내믹 레인지, 정상까지 단숨에 도달하는 시원스러운 고음역, 풍부한 저음역 등을 별로 힘 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발성 속에 용해하는 음향'을 큰 차이 없이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0S ․ 에어 ․ 캘릭스 500 ․ 사라 조합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캘릭스 500 에서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대목은 바로 뛰어난 구동력이었다. 사파이어에서도 이미 확인한 바 있지만, 이번 시청에서 캘릭스 500 은 구동하기 쉽지 않은 스피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피커인 린의 사라에서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음향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도대체 무엇 하나 거칠 것 없는 적극적인 발성으로 사라를 구동하는 모습은 캘릭스 500 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게르하르트 오피츠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2번(핸슬러) 파울 힐리에르가 지휘하는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실내 합창단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저녁기도" (아르모니아 문디)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치메르만이 협연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 1 번 (DG) 등의 녹음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관점과 취향에 따라서는 선율선과 다이내믹 표현에 실려야 할 절도가 다소 부족하고, 심도 표현과 음색의 깊이 또한 다소 얕다는 세부 비판이 나올 수도 있지만, 린의 사라를 자유자재로 구동한다는 것은 캘릭스 500의 장점일지언정 단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이번 시청에서 캘릭스 500은 ICE 파워 모듈을 채용한 앰프 특유의 발 빠른 순발력을 적극적인 발성 속에 용해하면서, 음악의 표정을 시원스럽고 깔끔하게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KTS 오디오 공방의 에어 조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애매함이나 모호함과는 거리가 먼, 명료한 표정의 음악을 이끌어 내는 밝은 음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면모는 피에르 앙타이가 하프시코츠로 연주하는 쿠프랭의 클라브생곡집(미라레) 라두 루푸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 21 번 ( 데카 ) 등의 녹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캘릭스 500은 앙타이의 연주에서 살아나야 할 하프시코드 특유의 밝고 투명한 공간감, 그리고 루푸의 모차르트 해석에서 살아나야 할 현악 섹션의 화사한 음색과 추진력이 뛰어난 선율선 등을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모습을 이번 시청에서 보여 주었다. 한 마디로 폭 넓은 스케일에 비하면 중량감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음악의 흐름을 사뿐하게 표현할 줄 아는 미덕을 캘릭스 500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D&A의 가장 큰 장점과 매력이 분명하게 떠오른다. 비슷한 가격대의 앰프들이 따라올 수 없는 바로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이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이처럼 저렴한 가격대, 그리고 이처럼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강력한 구동력과 출력, 그리고 명쾌한 음향 조형 능력 등을 갖춘 파워 앰프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앰프의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음향 몸체가 좀 더 견고했으면 하는 바람을 제기할 수도 있고, 음향 윤곽 또한 좀 더 예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할 법하며, 선율선의 흐름 또한 좀 더 명쾌했으면 좋겠다는 애호가가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200만원대의 캘릭스 500에게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이러한 아쉬움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앰프의 가격대와 등급을 한 단계 정도 끌어 올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각을 달리하여 보면, 음향에 대한 절제력이 뛰어난 프리앰프를 가지고 캘릭스 500을 구동하는 것이 한층 더 현실성 있고, 실효성 또한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번 시청에서 필자는 카네다의 DC 프리앰프를 가지고 캘릭스 500을 구동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캘릭스 500 특유의 밝은 색조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표현력에 선율선과 다이내믹의 깔끔한 통합을 이끌어 내는 카네다 앰프 특유의 정묘한 음향을 자연스럽게 용해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제 결론을 내리면, 캘릭스 50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매력은 동급의 파워 앰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뛰어난 구동력과 강력한 다이내믹을 적극적으로 통합해 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캘릭스 500은 어떤 애호가를 위한 앰프라고 해야 할까? 음향을 지나치게 강박하는 시스템에 시원스러운 발성과 여유 있는 구동력을 가미하고자 하는 애호가, 그리고 음악의 내성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투사하는 음향을 원하는 애호가, 그리고 기민한 순발력과 강력한 폭발력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 해맑은 음향을 원하는 애호가를 위한 파워 앰프가 바로 캘릭스 500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박성수